한이는 천재임. 그림 실력은 화가인 아빠한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배우인 엄마한테 물려받았음. 한이네 부모님은 사이가 정말 안좋았는데 그럼에도 그 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유 한이라는 아이는 둘의 장점만을 닮아 너무너무 예쁘고 재능있는 아이로 태어남. 한이는 그랬기 때문에 괴로웠고, 그랬기 때문에 행복했음. 한이네 부모님이 서로 사이가 안좋았던 만큼 한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열띈 정사 후 집에 가는 길, 혼자 맥주나 까자 하고 동네 마트에 들렸다가 마주한 얼굴은 기시감을 불러냈다. 그러고 다시 생각해보니 기시감이 아니었다. 바로 며칠 전에 본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송채연 여친. 이름은 기억 안난다. 어떻게 딱 한 번 본 사람 이름을 알아. “안녕, 또 보네.” 송채연 여친은 스스럼도 없게 먼저 다가와 인...
몇 주를 고민했다. 그러는 동안 시험도 한 번 지나갔고 날도 추워졌다. 3학년들은 바로 앞으로 다가온 수능에 입시를 준비한다며 소란스러웠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 문제에서 눈을 떼고 있었다. 철없는 소리일지도 몰랐지만 지금 나에게는 1년 후의 대학 문제보다 당장 걔한테 드는 소유욕이 더 고민스러웠다. 요 며칠은 걔랑 마주치는 것도 어색했다. 걔 또한...
아빠가 심사위원인 대회에서 상을 탔다. 괜히 아버지 빽으로 좋은 대회에 나간다며 한 소리 들을까봐 나가는 것조차 탐탁지 않았는데 상까지 탔는데도 내게 돌아오는 시선은 상냥했다. 시상식에서 한 때 내 라이벌로 이름이 손 꼽혔던 애의 일행과 마주쳤는데, 그 애의 엄마는 속이 쓰릴 것이 자명했음에도 나에게 웃으며 축하한다고 해주기까지 했다. 나는 마주 고개를 숙...
여름 방학이 막바지에 달했다. 더위는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다시 자리를 차고 들어와 기승을 부려댔다. 조금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곧 턱을 타고 미끄러진다. 나는 오늘도 학교에 왔다. 개학이 다음 주로 성큼 다가온 학교는 정말 조용했다. 그 전에도 사람은 몇 없었지만 오늘따라 특별히 더 조용하다. 바깥세상과는 달리 차갑게 식어서 내려앉은 복도에...
햇볕이 뜨거웠다. 오늘따라 모든 것이 귀찮아 느지막이 일어나 학교로 향했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는 등굣길에도 내 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집에서 작업하지 않고 매일같이 학교를 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집에 물감 냄새가 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지독한 물감 냄새를 지긋지긋하게 여겼고 그 영향을 받은 나도 물감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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